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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디자인의 대부’가 실수를 인정한 까닭

series
물 건너온 UX
published date
2025.09.28

'언어장벽' 너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더 많이 배워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은 마음을 언어의 한계 때문에 포기할 순 없죠. 다양한 언어, 문화권의 콘텐츠를 번역하는 '물 건너온 UX'와 함께, 전 세계를 탐험하며 틀 없이 자유로운 생각을 펼쳐봐요.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약칭 ‘돈’)을 아시나요? 사용자 경험(UX)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인데요. 닐슨 노먼 그룹의 공동 창립자이자 애플 부사장을 역임했고, 교육자이자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해 왔어요. 돈의 저서 『디자인과 인간 심리(The Design of Everyday Things)』는 UX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을 책이죠. 

 

그런데 최근 돈이 팟캐스트에서 “내 책은 틀렸다(wrong).”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어요. 20년 넘도록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UX 필독서가 틀렸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요? ‘UX 분야 개척자’, ‘UX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사연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함께 돈 노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봐요.

 

*이 글은 팟캐스트 중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것으로, 모든 내용은 스웜(Swarm)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1__UX 디자인의 대부’가 실수를 인정한 까닭.webp
출처: 스웜(Swarm) AI 유튜브

모든 시스템을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알렉시스 콜라도(이하 알렉시스): 지난 몇 년간 당신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서 더 넓은 범위로 시야를 확장한 것 같아요.

 

도널드 노먼(이하 도널드): 저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아요. 여기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도 모든 곳을 둘러보고 전선을 찔러보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구경했죠. 세상 역시 그렇게 바라봅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 삶을 좋아하죠. 이해하려 노력하고 마침내 이해하고 나면 책을 쓰고, 책을 다 쓰면 이해하지 못한 다른 것을 찾아 나서요. 

 

오랫동안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은 무슨 디자이너인가요?’라고 물을 때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는데요. 마침내 답을 찾았어요. 저는 ‘디자이너를 디자인’하는 사람이에요. 교육자로서 디자인에 필요한 지식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디자인에 관해 책을 쓰죠. 

 

디자인 기술,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금의 엉망인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가 직면한 세상의 문제들에 대해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 Better World)』은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봤어요. 자본주의와 경제 체계의 발전 과정을 포함한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경제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보상(Incentive) 체계 개선이 시급해요. 전 세계 기업은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하고 있어요. 한 국가의 경제를 측정할 때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1)을 기준으로 삼죠. 당신이 나쁜 일에 돈을 쓰고,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면 경제에 좋은 일이 됩니다. ‘악’은 GDP 상으로 두 번씩 가치를 창출하는 셈이에요.

 

알렉시스: 정말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죠.

 

도널드: 이익? 물론 중요하죠. 사업을 계속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삶의 질을 우선해야 해요. 또,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20년 아니, 30년도 더 전에 썼던 『디자인과 인간 심리(The Design of Everyday Things)』는 틀렸습니다. 그 책에는 문제가 없어요. 책 속의 원칙들은 여전히 진실하고 유효합니다. 하지만, 책에 없는 내용이 문제예요. 

 

우리가 사랑하는 멋진 제품들이 세상을 어떻게 파괴할 것인지 전혀 걱정하지 않았어요. 플라스틱은 우리 삶을 정말 편리하게 만들지만, 땅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부분 일회용이죠. 그 때문에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공기 중에 미세 플라스틱이 떠다녀요. 이제 우리는 우리의 모든 행동을 재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기후 변화로 인해 큰 혼란을 초래할 겁니다. ‘지속가능성’이 마법의 단어처럼 쓰이고 있는데요. 사실 현재 상태를 ‘지속’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지금 바로 멈추고 되돌려야 합니다. 

 

예컨대 식물이 자라고 죽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식물을 위한 거름이 되듯, 우리의 제조 방식을 바꿔야 해요. 새로운 재료 대신, 기존 것을 거듭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만들어야 하죠. 가진 물건을 수리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 고객이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문제를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현재 기업들은 새로운 물품을 판매해야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현하기 어렵죠. 우리를 둘러싼 모든 체계를 바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1) 일정 기간 한 국가의 영토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산한 수치. 보통 1년 기준으로 측정된다. 환경 파괴, 분배 실패, 수요를 무시한 초과 생산 등 실질적 가치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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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웜(Swarm) AI 유튜브

 

“정치엔 관심 없다”고 말하는 디자이너에게

 

알렉시스: 문제 인식과 해결 의지가 있어야만 시작될 수 있는 변화네요.

 

도널드: 예를 들면, 카메라라는 장치 대신 카메라가 기록하는 추억을 ‘서비스’로 인식하는 거죠. 카메라를 굳이 사지 않아도 카메라의 생산물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번 물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할 수 있어요. 

 

알렉시스: 주 5일제2)의 인위성을 지적하기도 하셨죠. 

 

도널드: 산업 혁명 당시에는 모두가 같은 시간에 공장에 있어야 하니 고정적으로 일주일에 40시간씩 다 같이 출근하고 퇴근해야 했죠. 그런데 요즘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 우리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일에 쏟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미친 짓이죠.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매번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잖아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 통화로 회의에 참여하고,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할 수도 있어요. 낮에는 가족과 함께하고 저녁에 일할 수도 있고요. 시스템을 바꾸면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향상할 거예요. 

 

저는 디자이너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하세요.”라고 지시하는 ‘식민주의자’보다는 사람들이 각자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지금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군요.”라고 하면서 관련 전문가를 데려오는 사람 말이죠.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는 한데 모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누구인지 어떤 전문가가 필요한지 알고 그 전문가들을 데려와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필요합니다.

 

어떤 의미로 디자이너는 세상을 책임져야 합니다. 멋진 스케치, 화려한 디자인 기술이 훌륭한 디자이너를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닙니다. 여러분은 좋은 관리자가 돼야 합니다. 세상과 비즈니스, 그리고 정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정치는 나쁜 게 아닙니다. 협력하고자 모인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배경과 이해관계를 맺었기에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 함께 일하는 것, 다른 처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 모두를 행복하게 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디자이너에게 필수적인 역량이죠. 

 

2) 미국 근로 공정 기준법 기준. 주 4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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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의 책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 Better World)'

 

세상을 바꾸고 싶은 디자이너라면

 

도널드: 디자인 기술은 여전히 필수적이에요. 저는 위대한 디자이너들이 보여주는 기술적 완성도를 여전히 사랑해요. 우리는 기술과 능력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한 다음, 그 기술을 다른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죠. 단계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일터는 학교 수업이나 책에 써진 내용과는 완전히 달라요. 저도 많은 실수를 저지르곤 했죠. 바로 그게 제가 배우는 방식이에요. 실수를 인식하고 더 나은 방법을 깨달으며, 실수로부터 성장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죠.

 

교육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STEM3)이라는 교육 개념은 잘못됐어요. 사람, 윤리, 역사를 빼놓고 별개의 과목으로 가르치죠. 학생은 수학을 배우면서도 왜 배우는지를 알지 못해요.

 

하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어진다고 가정해 보세요. 당신이 하는 일과 관련 있는 중요한 문제라면, 비용과 일정, 윤리, 협력, 역사 등 당신이 꺼렸던 다른 모든 주제가 필요해집니다. 언젠가 필요한 순간에 각각 배웠던 것을 조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통한 학습을 강조하고 싶어요. 개별적으로 이 기술 저 기술 가져올 필요 없이 모든 기술을 함께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죠.

 

알렉시스: 하지만 단순히 예쁘게 그리는 디자이너가 아닌, 당신처럼 전략을 세우는 디자이너로서 성공하려면 정말 많은 분야를 이해해야 할 것 같은데요. 

 

도널드: 모든 분야에 능숙할 필요는 없어요. 디자이너는 다양한 분야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고, 그에 능숙한 사람들이 팀의 일원이 되도록 만들어야 해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 제도가 필요한 이유죠. 저는 한때 프로그래머였던 덕에 프로그래밍 팀이 뭔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정말 실현할 수 없는 일인지 단지 업무가 과중한 상황인지 구별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과 협업할 때는 그들의 분야를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친한 친구나 고심해서 선별한 사람이 아닌, 실제 세상과 함께 테스트해야 합니다. 우리가 완전히 테스트를 마쳤다고 생각한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실제 사람들은 그 디자인을 두고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죠.

 

알렉시스: 당신이 책에서 말한 '어포던스(Affordances)'4)라는 개념이 떠오르네요. 노먼의 문5)처럼 말이죠. 

 

도널드: 시스템을 디자인할 때는 예상치 못한 결과나 사람들이 오용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전부 막을 순 없지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는 일이 정말 중요해요.

 

많은 디자이너가 “디자인은 완벽했는데, 마케팅팀이 바꿨어요.” 같은 불평을 하곤 하는데요. 저는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디자인할 때 다른 팀이 그 자리에 있었나요? 왜 없었나요? 마케팅이나 엔지니어링팀과 협력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했다면 나중에 디자인을 바꿀 필요도 없었을 텐데요.” 사일로(Silo)에서 일하지 말고, 모든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하세요. 

 

알렉시스: 당신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도널드: 사실 저는 한 번에 수천, 아니 수백만 걸음 나아가고 싶습니다(웃음). 여러 사람과 함께요. 수천, 수백만 무리가 각자 한 걸음을 뗀다면 우리는 빠르게 진보할 수 있을 겁니다.

 

3) 과학, 기술, 공학,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중심의 융합 교육.

4)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사물의 성질. 심리학자 제임스 J. 깁슨(James Jerome Gibson)의 ‘어포던스’와 혼동하는 일이 잦자, 도널드 노먼은 이를 구분 짓기 위해 자신이 주장한 개념을 지각된(perceived) 어포던스, ‘기표(Signifier)’로 바꿔 부르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5) Norman Doors. 밀어야 할지 당겨야 할지 헷갈리는 문. 책 ‘디자인과 인간 심리(The Design of Everyday Things)’에서 ‘당기시오’라고 써놓은 문의 손잡이가 밀기 쉬운 형태라면, 미는 사람의 실수가 아닌 디자인의 잘못이라고 주장한 도널드 노먼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

 


 

같이 생각해 봐요

 

하나. 정치의 본질을 설명하며 디자이너가 ‘정치적인 사람’이 되길 강조했다는 점이 인상 깊어요. 정치적 역량을 키우려면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둘. 도널드 노먼의 최근 저서 ‘Design for a Better World’의 한국어 출판본 제목은 ‘도널드 노먼, 인류를 위한 디자인’이에요. 앞서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도 ‘디자인과 인간 심리’로 바꿨던, 국내 출판계의 UX 전략이 흥미롭네요.

 

셋. 도널드 노먼은 지난해부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복지에 포괄적으로 책임감 있게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미래 디자인”을 장려하기 위해 ‘돈 노먼 디자인 어워드(Don Norman Design Award, DNDA)’를 개최, 소규모 프로젝트 또는 디자인 초년생을 지원하고 있어요. 내년 어워드에 출품해 보는 건 어떨까요?

Written by
임현경(UX 라이터)
Graphics by
김경태(그래픽 디자이너)
Edited by
임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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