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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전문가에게 AI 위기감이 필요한 이유

series
물 건너온 UX
published date
2025.05.11

 

'언어장벽' 너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더 많이 배워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은 마음을 언어의 한계 때문에 포기할 순 없죠. 다양한 언어, 문화권의 콘텐츠를 번역하는 '물 건너온 UX'와 함께, 전 세계를 탐험하며 틀 없이 자유로운 생각을 펼쳐봐요. 

 

일할 때 AI 도구를 사용해 본 적 있나요? AI의 실수를 잡아내기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기도 하고 ‘이러다 회사에서 나 대신 AI를 고용하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에 불안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 불안함 또는 위기감이 일하는 ‘사람’의 추진력으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요. 누가 그런 소리를 했냐고요? 바로 UX 전문가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이에요.

 

닐슨 노먼 그룹의 공동 창립자이자 UX 컨설턴트인 제이콥은 지난해 한 UX 웨비나에서 ‘AI와 UX, 현실을 직시하다(AI & UX - A reality check)’를 주제로, AI 시대 UX 전문가에게 필요한 역량과 태도를 강조했어요. UX 업무에 AI를 사용하며 한 번쯤 불안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불안을 피하는 대신 주체적으로 가지고 놀라고 권하는 제이콥 닐슨의 강연을 추천할게요.

 

*이 글은 웨비나 중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것으로, 모든 내용은 UX 인사이더(Insiders)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1_물건너온UX_UX 전문가에게 AI 위기감이 필요한 이유.webp
출처: UX 인사이더 유튜브

 

AI를 쓰는 모두가 가져야 할 태도

 

레이첼 조이스(이하 레이첼): 먼저, 모두가 궁금해하는 AI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UX 업계의 AI 도구 활용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제이콥 닐슨(이하 제이콥):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죠. 가끔은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요. 인간과 AI가 결합한 형태의 지능이라는 뜻입니다. AI는 여러분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최종 작업을 AI의 몫으로 두면 안 됩니다. 현재 AI를 저연차 동료 또는 인턴에 비유하는 게 적절하겠네요. 5년 안에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떤 경우든 우리는 AI와 동료로서 협업해야 합니다.

 

AI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많은 분이 ‘오, 컴퓨터는 창의적일 수 없는데.’라며 놀라실 텐데요. 하지만 실제로 이를 측정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이상한 물체의 활용법을 최대한 많이 생각해 내.”라고 요청했을 때,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어요. 언제나 최선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양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닙니다.

 

레이첼: 아까 잠시 AI의 한계를 언급하셨는데, 현재 AI 전반에는 어떤 한계점이 있을까요?

 

제이콥: 가장 잘 알려진 건 ‘환각(hallucination)’이죠. AI가 낸 결과가 사실인지 단지 지어낸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단 의미입니다. 또 다른 한계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항상 정확하게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미지 생성 AI가 특히 그렇습니다. 상상한 그대로의 그림을 얻을 수 없죠. 그 나름의 창의성을 발견하고 “와, 이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그림인데 꽤 괜찮네.”라고 생각할 때가 있기도 해요. 요컨대, AI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그 한계를 가지고 놀아야 합니다. 집요한 반복 작업을 거치면서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AI의 한계는 바로 UI입니다. 사용성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아요. 말 그대로 수십억 달러 이상의 거대 자본을 투자한 도구가 우리가 30년 이상 당연히 여기던 것들을 지키지 못하다니 정말 놀랄 일이죠. AI의 전체 사용자 경험, 즉 UX는 많은 사람이 이용할 만큼 충분히 강력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UI는 불편하기로 악명 높습니다. 

 

 

UX 전문가가 AI 시대에 해야할 일

 

레이첼: 그렇다면 UX 전문가들은 AI 혁신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제이콥: AI 도구가 사용성을 매우 중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UX팀 규모를 확장할 필요가 있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GUI와 함께했는데요. 더 큰 범주에서 패러다임으로 보자면 ‘명령 기반 상호작용’의 일부였죠. 우리는 아이콘 클릭, 메뉴 선택, 키보드 입력 등으로 컴퓨터가 무엇을 할지 명령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DOS부터 윈도우 또는 맥까지, 컴퓨터에 명령하고 그 결과를 받는 방식은 약 60년 동안 변하지 않았어요.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제 AI는 명령을 수행하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의도 기반 결과 구체화(Intent-Based Outcome Specification)’라고 부르는데요. AI 도구는 그저 “자전거를 타고 있는 토끼가 부활절 달걀을 나눠주는 장면을 그려줘.”라고 입력하면 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바만 명시하면, AI가 그 의도를 스스로 해석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방식이에요.

 

AI의 가치는 ‘소비자잉여(consumer surplus)’*에서 발휘됩니다. 사용자가 활용하면서 AI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언어 학습 서비스 듀오링고(Duolingo)는 최근 AI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가 프랑스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AI와 대화하며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농업 분야에 AI를 활용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농부가 AI로 최적의 비료 사용량을 결정한다면 AI는 환경 보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과 농업용 시스템은 전혀 다른 UX를 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므로 각각의 분야에서 AI의 사용성을 최적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죠. 이게 바로 우리 UX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몫입니다.

 


AI가 UX 일자리를 없앤다는 논증의 오류

 

제이콥: 예측하건대, AI는 향후 5년 안에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을 두 배로 증가시킬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AI가 아닌 AI를 잘 쓰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입니다. 동일한 능력을 갖춘 두 명의 전문가가 있는데, 한 사람은 AI를 활용해서 하루에 이틀 치 일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연히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사람을 고용하겠죠. 이는 UX 분야뿐 아니라 모든 지식 노동 분야에 적용되는 법칙이에요. 반드시 AI 활용법을 익히세요. 하루라도 일찍,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만약 AI가 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면 일자리는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합니다. 맞는 말 같아 보이지만, 이는 일자리를 고정하는 오류를 범한, 잘못된 명제입니다. 세상에 필요한 UX 업무량이 고정적이라는 가정이 틀린 거죠. 현실은 정반대로, 훨씬 더 많은 UX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항상 발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계속 생겨날 것이고, UX의 도움을 더욱더 필요로 할 겁니다. 더 복잡하고 발전할수록 좋은 디자인이 필요하죠.

 

저는 UX가 다소 사치스러운, 비싼 맞춤 제작(bespoke)과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재단사가 직접 만든 수제 정장을 떠올려 보세요. 너무 비싼 탓에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멋진 정장을 가질 수는 없죠. UX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프로젝트에서 개별적으로 제작되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생산성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면? 디자인 작업 비용도 절반이 될 것입니다. 비용이 저렴해지면 더 많은 기업이 UX를 개선할 여력이 생기겠죠. UX에 대한 수요가 무한하지는 않지만, 현재보다는 훨씬 더 커질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10년 후 UX 전문가 수가 지금의 3배가 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AI에게 돌릴 수 없는 사람의 책임


레이첼: AI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특히 이미지 생성 AI와 관련한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논의가 많죠. 현재 업계는 어떤 상황인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이콥: 저는 AI가 기존 사례를 학습하는 것은 비윤리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인간이 학습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저작권법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똑같은 걸 만들어선 안 되지만 미술관에 가거나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와 대화하며 배우고 경험할 수는 있죠. 여기에 저작권은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여러분도 같은 단어를 사용하게 되고 좋든 싫든 무언가 학습하게 되죠.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은 AI 도구도 마찬가지예요.

 

AI는 그저 도구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명령하고 결과물을 선택하거나 수정하는 건 사람이죠. 물론 어떤 사람이 허가 없이 배트맨 이미지를 생성한다면 그건 명확히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죠. 하지만 AI로 인한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부분은 AI를 사용 여부와 상관없는 것이에요. 다른 사람의 글을 표절하는 것, 페이크 포르노를 만드는 것, 정치인이 하지 않은 말을 진짜처럼 꾸며내는 것 등은 AI와 무관하게 비윤리적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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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X 인사이더 유튜브

제가 그림을 그려볼게요. 여기 원이 하나 있고, 또 다른 원을 여기와 저기에 그리면, 미키마우스를 닮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 있는 그림입니다. 교육 또는 비평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저작물을 빼앗거나 남의 것을 제 것인 양 속이는 게 아니고요. 이러한 판단 기준을 AI가 스스로 정해서는 안 됩니다. 창작자가 AI 도구로써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서는 안 되는지 법이 정해야 합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성’에 책임이 있죠.

 

AI는 우리를 판단하는 주체가 아니라 도구에 그쳐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 비윤리적인 목적으로 도구를 사용한다면, 그건 사람의 잘못이죠. 우리는 예전부터 수많은 도덕, 규칙, 법을 갖고 있습니다. AI를 사용하든 안 하든, 문제는 ‘여러분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가’에 달렸습니다. AI를 범죄에 쓰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AI가 저지른 일은 아니에요. 사람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강력하게 처벌해야죠.

 


단 한 사람만을 위한 UI

 
레이첼: 개인화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제이콥: 개인화는 컴퓨터가 사용자만을 위해 최적화하는 일인데요. AI를 사용하면 훨씬 더 정교하고 멋진 방식의 개인화가 가능합니다. 생성형 UI의 경우, 단 한 사람을 위한 새로운 UI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면 상품 사진이 있는데 만질 수도 입어볼 수도 없죠. 그래서 구글은 AI로 가상으로 옷을 입어보는 기능을 도입했어요. 아직 정확하지 않지만, 5년 어쩌면 2년만 지나도 실제로 옷을 입었을 때와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반품 비용이 줄어들고 소비자가 구매에 확신을 가질 수 있으니 매출은 증가하겠죠. 

 

만약 우리가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개인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만이 가진 문제를 고려한 맞춤형 UI를 구현한다면,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도울 수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청각 중심 UI, 원하는 사물을 정확하게 짚기 어려운 지체 장애인을 위한 UI 등이요.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전통적인 UI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람은 각자 다르기 때문이죠.

 

레이첼: AI가 사용자 여정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앞으로는 구글에서 제품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물어볼까요?”

 

제이콥: 분명 그렇게 될 겁니다. AI 도구는 당신이 요청한 것뿐 아니라, 당신이 함께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예측해서 검색합니다. 기존보다 훨씬 더 나은 검색 경험을 제공하죠. 사용자에 따라 학술적인 답변이 나올 수도, 아주 간단한 수준으로 작성될 수도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도구는 더 많이 등장할 겁니다. 에이전트가 상품의 여러 판매자를 탐색하고 가격, 옵션 등 다양한 조건을 비교해 사용자에게 추천하고, 나아가 사용자 대신 직접 물건을 살 수도 있을 거예요. 예컨대, AI가 나의 아침 식단과 냉장고 안 재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면, 나도 모르는 새 알아서 아몬드 같은 식재료를 주문해 놓을 수 있죠.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생필품은 늘 채워져 있을 겁니다. 즉, 사람과 AI 에이전트 모두를 사용자로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같이 생각해 봐요

 

하나. 제이콥 닐슨은 AI 기술 발전에 따라 더 많은 기업과 산업이 UX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어요. ‘대체할 수 없는’ UX 전문가란 어떤 모습일까요?

 

둘. AI는 ‘사용자’를 특정 집단에서 한 명의 고객’으로 개인화하고, 사람과 에이전트 모두를 사용자로서 고려하는 변화를 끌어냈어요. 앞으로 또 UI/UX에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요.

 

셋. AI 활용을 위해 지금 당장,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하라는 조언이 인상 깊어요. 새로운 AI 도구가 출시되면 다양하게 써보며 사용법을 익혀야겠어요.

 

 

글
임현경(UX 라이터)
번역
임현경
그래픽
김은정(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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